전체 글 (22) 썸네일형 리스트형 쓸모는 회사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쓸모를 평가받으며 살아왔다.성과가 숫자로 환산되고,기여도가 보고서에 기록되고,연봉이 그 사람의 가치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믿게 된다.쓸모는 회사가 정해주는 것이라고.회사 안에서는 분명했다.무엇을 얼마나 해냈는지,조직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로 위치가 정해졌다. 하지만 회사를 떠나는 순간,그 기준은 사라진다.그리고 묘한 공백이 생긴다.“나는 지금 쓸모 있는 사람인가.”이 질문은 단순한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존재의 문제에 가깝다.문제는 우리가 ‘돈이 되는 쓸모’와‘존재의 쓸모’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회사 안에서는 생산성이 곧 가치였다.하지만 삶 전체에서의 가치는생산성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일,경험을 나누는 일,실패를 견딘 시간을 건네는 일.이것.. 우리는 왜 직함으로만 자신을 소개했을까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어디 다니세요?” 이 질문은 자연스럽다.그리고 우리는 너무 익숙하게 답한다.회사 이름, 직급, 직무.그 한 문장으로 나를 설명해왔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이름보다 직함으로 더 오래 불렸다.누군가는 “부장님”이었고,누군가는 “팀장님”이었고,그 호칭이 곧 나를 대신했다. 그래서 직함이 사라지는 순간,설명할 문장도 함께 사라진다. 퇴직 후 가장 난감한 순간은자기소개를 해야 할 때다.“예전에는 ○○회사에 있었고요…” 이 말은 과거형이다.지금의 나는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까.우리는 오랫동안 직업 중심 사회에 살았다.무엇을 하는 사람이냐가어떤 사람이냐보다 더 중요했다. 성과로 평가받았고,연봉으로 위치가 정해졌고,명함으로 관계가 시작됐다. 그 구조 안에서는직함이 곧 .. 퇴직 후 6개월, 사람이 가장 흔들리는 시기 퇴직 직후에는 생각보다 괜찮다.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되고,출근길 지하철을 타지 않아도 되고,그동안 미뤄둔 일들을 하나씩 정리할 여유도 생긴다. 처음 한두 달은 오히려 해방감에 가깝다.문제는 그 다음이다.시간이 지나면서 하루의 구조가 흐려진다.월요일과 수요일의 차이가 없어지고,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하루 종일 말을 하지 않는 날도 생긴다. 그때부터 묘한 불안이 시작된다.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퇴직을 준비할 때 우리는 대부분 ‘경제’를 계산한다.퇴직금, 연금, 재취업 가능성, 창업 계획.하지만 막상 흔들리는 지점은 통장이 아니라 마음이다. 하루에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줄어들고,내 판단이 누군가의 방향이 되지 않을 때사람은 예상보다 쉽게 위축된다. 특히 6개월 즈음이 고비다.처음의 긴장은 .. 회사는 당신을 기억하지 않는다 퇴직 후 가장 당황스러운 건 한 가지다.생각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그동안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렇게 많은 프로젝트를 했고,그렇게 많은 밤을 지새웠는데.막상 떠나고 나면 휴대폰은 조용하다. 처음 며칠은 연락이 온다.수고하셨다는 말, 한 번 보자는 약속.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는 줄어든다.그리고 어느 순간, 더 이상 오지 않는다.서운하다.그 감정을 인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나는 헌신했다고 생각했는데,회사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를 대체한다.하지만 사실 회사는 원래 그런 구조다. 회사는 시스템이다.사람의 기억으로 유지되는 곳이 아니라,역할과 기능으로 유지되는 조직이다. 내가 떠난 자리는 누군가 채우고,프로젝트는 이어지고,회의는 계속된다.냉정하게 말하면,그래야 조직은 살아남는다. 문.. 어느 날 갑자기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순간이 온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다.갑자기 일이 끊긴 것도 아니고,사람들과 싸운 것도 아니다. 그저 어느 날,문득 알게 된다.요즘 들어나를 찾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전화가 오지 않는 건이상한 일이 아니다.다들 바쁘고,각자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런데 그게며칠이 되고,몇 주가 되고,조금 더 길어지면생각이 달라진다. “원래 이랬나.”이 질문이조용히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예전에는누군가의 연락이 자연스러웠다. 일이 있어서 찾기도 했고,별일 없어도 불러냈다.그 안에는이유가 없어도 괜찮은 관계들이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연락은 대부분필요할 때만 온다. 용건이 끝나면대화도 함께 끝난다.그게 이상하지 않다.오히려 자연스럽다.그래서 더 헷갈린다.이게 편해진 건지,멀어진 건지.사.. 50대가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난 괜찮다” “난 괜찮아.”이 말은 대개 괜찮지 않을 때 나온다. 회사에서 역할이 줄어들고,집에서 말수가 줄어들고,하루가 길어졌는데도 할 말은 짧아질 때.그래도 우리는 괜찮다고 말한다. 4050세대는 감정을 설명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버티는 법만 배웠다.힘들어도 내색하지 않는 것이 책임이라고 믿었고,불안을 표현하는 것은 약함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표정이 아니라 말이다. 예전에는 하루 일과를 길게 이야기했다.누가 어떤 실수를 했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나를 필요로 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점점 이야기할 일이 줄어든다.결정권이 줄어들수록 설명할 일도 줄어든다.하루가 비슷해질수록 말도 짧아진다.“요즘은 그냥 그래.”이 문장 안에는설명되지 않은 감정이 겹겹이 쌓여 있다. 사람은 필요하다고.. 정년보다 먼저 오는 것, 관계 퇴직 퇴직은 날짜가 있다.하지만 관계 퇴직은 날짜가 없다. 어느 날 회의에서 내 의견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느낄 때,후배들이 결정한 사안을 사후 보고로 전달받을 때,나는 아직 자리에 앉아 있지만 이미 한 발 물러나 있다.조직에는 공식적인 직급이 있고, 비공식적인 영향력이 있다. 문제는 이 비공식적 위치가 조용히 이동한다는 데 있다.예전에는 나를 거쳐가던 일들이 있다.결정을 묻고, 방향을 상의하고, 책임을 나누던 순간들.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스스로 판단한다.그게 성장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 한쪽이 허전하다.관계 퇴직은 해고가 아니다.배제도 아니다.그저 자연스럽게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이동하는 일이다. 4050세대는 이 변화를 잘 표현하지 않는다.섭섭함을 드러내는 대신 “요즘 친구들이 더 잘한다”고.. 회사를 떠나는 날보다 먼저 오는 것 퇴직이 무서운 게 아니다.진짜 무서운 건, 더 이상 나를 찾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어느 날부터 전화가 줄어든다.결정을 묻던 후배는 스스로 판단하기 시작하고, 회의 일정은 조용히 공유 목록에서 빠진다. 아직 사직서를 쓰지 않았는데도, 나는 이미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다. 우리는 퇴직을 ‘경제적 사건’으로만 생각한다. 월급이 끊기고, 사대보험이 정리되고, 명함을 반납하는 날을 기준으로 삶이 나뉜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 무너지는 순간은 그보다 훨씬 앞에 온다. ‘나는 아직 필요한 사람인가.’이 질문이 마음속에 처음 떠오를 때, 퇴직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4050세대에게 일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었다. 직함은 곧 정체성이었고, 소속은 곧 존재 증명이었다. 우리는 이름보다 회사 이름으로 소개되었고,.. 이전 1 2 3 다음